그 질문에 대한 대답.

흰새벽에 멍하니 넋두리 모드. 별 내용 없습니다. 'ㅁ'

클릭


아직 결혼 안한 후배가 아기를 보러오겠다고 하고선 일에 치이고 마감에 쫓겨 아직도 못 오고 있다.
얼마 전에 올 건지 안 올 건지 궁금해, 메신저로 찔러 대화를 나누던 중에 후배가 물었다.

밖에 못 나가는데 답답하지 않으세요?

정말로 무의식중에 내 손이 타이핑을 쳤다.

깨달으면 갑갑하고 안 깨달으면 안 갑갑해.

후배는 대단하다고 했던가, 그 답에 대한 후배의 반응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저 얘기를 했다는 사실만 요즘 들어 머릿속에서 뱅글뱅글 돌아다니고 있다. 깨달으면 답답하고, 안 깨달으면 안 답답하다고. 우문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데, 나름 현답이라는 생각은 든다.

애 가지기 전, 아니, 애 낳기 바로 하루 전까지 약속 세 개를 겁없이 소화하면서 서울 시내를 종횡무진 나돌아다니던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후배로서는 집 밖에 거의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아기랑 씨름하면서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기도 했을 것이다. 사실 나도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뿐이지, 그걸 깨닫고 나면 그 시간들이 얼마나 갑갑하게 느껴질지 모르는 일이다.

오늘, 친구 하나가 왔다 갔다. 평상시와 똑같은 주제를 들고 온 그놈이 가고 난 다음, 나는 내가 가택연금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집 안에서 원하는 건 거의 대부분 할 수 있지만, 집 밖으로 (특히 멀리) 나가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뭐, 남편에게 애 맡기고 시장보러 다니고, 애랑 같이 병원가고 사진찍으러 다니고 하는 게 있으니 가택연금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그걸 깨달은 순간 가슴이 콱 막히면서 갑자기 스트레스 지수가 치솟았다. 하필이면 오늘 따라 잠투정이 심한 아기를 끌어안고 혼자 애먼 화만 내다가 슬그머니 가라앉혔다. 이렇게 화를 내느니 차라리 '안 깨달은' 상태로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 아기가 얼마나 이쁜데, 그럼. =D

아기가 크면 좀 나아지겠지. 그때까지는 그냥 살란다.



덧: .....그 이쁜 애기는 어제오늘따라 밤잠 시간에 2시간 간격으로 깨서 엄마를 괴롭히고 있다. 우왕 살려줘 아들... ㅠㅠㅠ

by AilinLusse | 2009/10/28 03:27 | ChatterBox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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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침착한Ruby at 2009/10/28 08:52
깨달으면 갑갑하고 안 깨달으면 안 갑갑해..라는 말 정말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출산휴가기간에 집에만 있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괜히 미웠다죠;;;
Commented by AilinLusse at 2009/10/28 23:58
그쵸? 오히려 나가서 사람들 치이는 것보다 집에서 애랑 같이 뒹굴고 구르고 애를 물고빨고하면서 꺄아아 하는 쪽이 나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ㅁ'

게다가 루비님 같은 경우에는 정말 출근하셔야 했으니 산휴기간 동안 집에 계시는 게 중요했을 듯 해요. 사람 따라 다른데 정말 왜 다들 못내보내 안달인지 ^ㅁ^;
Commented by *히루* at 2009/10/28 09:38
저는 깨달은 상태라서 스트레스가 달나라까지 뻗쳐있어요 ;ㅅ;.. 흑

2시간 간격으로 깨다니..;;; ㅠㅠ 화이팅....
Commented by AilinLusse at 2009/10/28 23:59
핫핫핫 저도 자각 못하다가 어제 자각하는 바람에 달나라 갔다왔네요 ㅠㅠ
그래도 애 뺨을 물고빨고 하면서 어찌어찌 버텼지요. 핫핫 ㅠㅠ

.....저 2시간 간격 수면이 이제 경이의 주간이라는 걸 알고 난 뒤에는 화나지 아나염.... 그저 이번주가 두려울 뿐...ㅠㅠ
Commented by 루루 at 2009/10/28 09:40
제가 지금 그러네요ㅠ 아기랑 집에만 있게되면 정말 답답하지 않을까...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르고 지나갈 것 같아요ㅠㅠ
Commented by AilinLusse at 2009/10/29 00:01
저도 그랬어요. 특히 초반에는 더더욱... 산후조리 때문에 여름이라도 무조건 긴팔 입고 움직여야 했거든요. 그러다가 계절 바뀌는 것도 모르고 요즘 서늘해진 날씨에 막 적응 못하고 있네요 ^ㅁ^;;

답답하시면 3주 지나서 아드님을 아빠에게 맡기시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과감히 외출을!! 정말 '공기 빼주는' 시간이 필요해요. 유축팩과 젖병을 후닥 던지고 나오시는 겁니다!! ^ㅁ^
Commented by 플루토 at 2009/10/28 10:31
그렇지. 깨달으면 갑갑하고 안깨달으면 안갑갑한...
그래도 확실히 가끔 숨돌리기는 필요하더라구. 나는 절대로 혼자서는 외출도 안하는 사람인데, 집에서 애 볼 때는 혼자서 나와 돌아다니고 싶더라. 가끔 완이한테 맡기고 외출하고 그래 ㅎㅎ
Commented by AilinLusse at 2009/10/29 00:02
그쵸... 그래서 저 평상시에 정줄 놓고 살아요 /^ㅁ^/

숨돌리기는... 저 경이의 주간(=늑대아찌 마감 끝나는 주간) 지나면 생각해 볼께요 허흐흐... 안그래도 지난 주말에 애 맡겨놓고 한시간 시장갔다 오는 동안에도 생난리를 쳤던 김콩알군인지라 늑대아찌 마감 끝나야 제대로 부탁할 수 있을 듯 ㅠㅠ
Commented by 제이 at 2009/10/28 12:01
2시간 간격..................커허거거거걱 ㅠㅠ
20년후에 콩알이가 엄마랑 같이 보내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외에는 없을테니 지금 마음껏 누려주세요. 많이 답답하시면 볼일보러 나가는거 말고 아기맡기고 4시간쯤 친구랑 맘껏 수다떨고 쇼핑하고 그러고 오시구요. 그거한번씩 꼭 있어야한대요.
Commented by AilinLusse at 2009/10/29 00:05
네 뭐 저 이제 적응돼서 아무렇지도 않아요 ^ㅁㅠ (웃고 있지만 울고 있습...)

저도 요즘 그 생각 해요. 제가 얘 인생에서 이렇게 절대적일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얼마 없다는... (완모 하는 6개월 +@) 그래서 가급적이면 애랑 같이 뒹굴고 애를 물고빨고(말 그대로 여기저기 물고 빱니다 넷... 변태 인증?! -ㅁ-) 하면서 지내려고 하지요. 모자동실이라서 태어난 날부터 같이 있어서 그런지, 떼어놓고 어디 다니는 게 영 어색해요.

...그것과는 별개로 저의 개인적 인격은 요즘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이쇼핑을 뽐뿌질하고 있답니다. 핫핫핫... -ㅁ- (여기가 워낙 외진데다가 친구들은 모두 왕복 4시간 거리에 사는 깡촌아줌마... 그나마 타임스퀘어가 제일 가깝군요 우왕 ㅠㅠ)
Commented by 제이 at 2009/10/29 00:43
ㅋㅋㅋ 제 친구들은 5분거리에 살아도 6개월에 한번 볼까말까해요. 흑_ㅠ
수다떨고 싶은 친구들은 왕복 4~6시간 거리에 사니 혼자서 노는거에 익숙해졌어요. 히히. 물고빨고~ 저두 그 생각했는데 지금이나 엉덩이 만져주지 20살은커녕 10살 되어도 엄마학교에 데릴러오지마~ 이런다잖아요. ㅎㅎㅎ

크흐 타임스퀘어 +_+
영등포는 설에 있을때도 거의 안가봐서 가물가물하네요. 굉장히 복잡하던 영등포역만 기억나요. ㅎㅎㅎㅎ
Commented by AilinLusse at 2009/10/29 01:01
우후후 제이님과 동접하는 좋은 시간이군요 *-_-*
(자야 되는데 젖물리고 졸다가 잘 타이밍을 놓쳐서 해파리...ㅠㅠ)

저도 혼자놀기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임신했을 때는 배 볼록한 아줌마가 혼자서 홍대 디저트 카페도 가고 별짓 다했다지요 ^ㅁ^

아기 엉덩이랑 발이랑 손이랑 뺨이랑 배랑 막 물고빨고만지고 하고 있으면 남편이 뒤에서 가끔 변*를 보는 눈으로 절 바라봅니다... 하지만 '따끈하고 말랑하고 얼마나 기분좋은데!! 당신도 해봐!!' 이렇게 같이 변*짓에 동참시키고야 만다능...*-_-* 진짜 이거 지금이나 하지 딱 일년만 지나도 하기 뻘쭘하잖아요? 할 수 있을 때 많이많이 해놔야죠. 아깝고만 'ㅅ'

저도 거의 안가긴 했는데... 타임스퀘어 식품관이 좋다길래 함 가볼려구요. 또 혼자 가서 맛난거 먹고 이것저것 사들고 돌아와야... ^^;
Commented by 제이 at 2009/10/29 01:12
흐흐흐흐흐흐 *_*
애기 볼따구가 얼마나 몰랑몰랑 촉감이 좋은데요. 지금은 향기나지만 뛰어놀기시작하면 땀나다식고땀나고흙투성이 .............그럼 쉰내가 납니다. 흐흐흐흐흐흐흐흐ㅡ흐;

식품관이라는 말에 눈번쩍 +_+ 백화점식품관을 사릉하는 여인네이옵니다.
캬하 먹을거 많을거여라.
Commented by ★태은맘★ at 2009/10/29 00:42
안깨달은상태...그거 좋은거네욤..ㅋㅋ
저도 깨닫는날은 신랑 바가지 박박박 긁어서 신랑 스트레스 받게 하는날..
ㅋㅋㅋㅋㅋ 그냥 1년은 내생각이 엄따~~하고 있으려구염~~ㅋㅋ
Commented by AilinLusse at 2009/10/29 01:02
정말 1년은 내생각 없이 정신줄 놓고 지내는 게 제일인 거 같아요...^^;;

전 다행히 남편이 잘 받아줘서 그냥저냥 넘어가지만, 아니었으면 산후우울증 걸렸을지도 몰라~이러고 있답니다. ^^;
Commented by seekei at 2009/10/30 17:04
저는 워낙 집에 콕 쳐박혀 있는 걸 좋아해서... 애도 집에서 낳은 집순이-_-인데, 그래도 갑갑하네요.
얼마전에 50m거리의 슈퍼에 갈려고 샤워도하고 차려입고 애도 이쁘게 모자씌웠서 나갔답니다ㅋㅋㅋ 달랑 마늘 하나 사서 돌아오는 길에 살짝 허무했지만^^ 츄레레하게 입고 나가서 "아우, 힘드신가봐요" 소리 듣는 것 보단 낫더라구요~ 힘내세용!
Commented by AilinLusse at 2009/10/31 18:36
저는 맘내키면 나가고, 맘 안 내키면 집에서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히키코모리처럼 사는 인간이라... 좀 왔다갔다 해요. ^^;;

...전 게을러서 집 근처 슈퍼 갈 때는 걍 모자 눌러쓰고 티셔츠 입고 혼자 후닥닥 나갔다 오지요...^^; 담달에 결혼식 크리 있을 때는 좀 꾸며입고 나가긴 해야 될텐데 게으름이 박혀서 큰일이에요 정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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