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7월 09일
다양화의 부재. 55보다 작은 44사이즈.
옷 사입기; dapi님
44 사이즈가 대세? 사이즈 좀 다양화 해주면 안되겠니~; 리우님
모 방송에서 '대세는 44다' 라고 말한 이후부터 부쩍 이글루스 관련 포스팅이 늘었다. 이오공감에 올라온 리우님 글과 그 글에 트랙백되어 있는 dapi님 글을 보면서 왠지 안습이어서 주절주절 한마디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아래는 두 분의 글을 읽다가 생각난, 정말로 두서없는 글이다.
헛소리
같이 지내보면 알지만, 쥔냥이란 생물은...옷 만들고 파는 법을 배운(불행인지 다행인지 디자인 하는 법은 안 배운)데다가 옷 만드는 회사에서 일년 반을 일하고, 원단만 보면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그걸 주워와 옷 만들 생각이 먼저 드는데다가 디자인 특이한 옷이 지나가면 눈을 뗄 줄 모른다. 무엇보다 쥔냥은 '한국의 일반 여성' 체형이 아닌, '빅토리* 시*릿'의 M사이즈(고로 나름대로 중간수치)라고 제시한 수치가 더 잘 맞는 '저주받은 서양인 체형' 이다. -_-; (궁금하신 분은 해당 사이트의 사이즈를 찾아보세요 *-_-*)
한국에는 동아시아 사상최강의 초고속 의류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혜택받은 '동대문'이란 곳이 있다. 그와 함께 G마켓과 옥션이라는 모종의 쇼핑체계가 생기며 유행 아이템을 바닥에 가까운 가격으로 즐겁게 사서 시즌 지나기 전에 입고 처분할 수 있게 되었다. 옷값은 마냥 바닥을 향해 내려가는 것 같고, 메이커가 아닌 옷을 일정 가격 이상 주고 사면 바보 취급 당하는 세태가 되는 것 같다.
그러나 평균 체형 이상이거나 이하인 사람들은 여전히 힘들다. G마켓이든 옥션이든 그 외 어디든 인터넷에서 옷을 파는 사이트를 돌아보면 기본 사이즈는 55와 66. 프리사이즈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은 '모두 다 입을 수 있음'이 아니라 그저 '한 사이즈밖에 만들지 않았음'의 다른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이외의 사람들은? 눈물을 머금고 감사하게도 따로 마련해 준 '빅사이즈' 카테고리로 가든가, 빅사이즈 전문 쇼핑몰을 이용하거나, 오프라인에 가서 직접 (눈총을 감수하고) 입어보며 사거나, 직접 맞추거나 만들어 입는 수밖에 없는데... 이 모든 것은 모두 '기본 사이즈'에서 최하 2000원에서 최고 다섯 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할 것을 요구한다. 게다가 스타일은 어떤가? 아무리 예쁘게 봐주려고 해도 20대 여심을 만족시키기에는 너무나도 '아줌마스럽다'. (빌어먹을 -_-)
이건 비단 온라인에서 뿐만 아니다. 예쁘고 화려하고 유행을 따라가고 싶고, 돈도 많고, 제품의 퀄리티도 좋은 걸 사고 싶으면 백화점 영캐주얼 매장을 가서 옷을 사면 된다. 세일 기간이면 그 가격이 좀더 내려가서 하나쯤 건질까 싶어 몇번 두리번거리기도 해봤다. 허나 이곳에 입점한 브랜드들은 모두 온라인과 같이 55와 66밖에 내지 않는댄다. 조금 마음에 드는 옷을 집어들라 치면, 점원은 눈웃음을 치면서 말한다:"죄송합니다. 저희 매장에는 손님에게 맞는 사이즈가 준비되어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을 열 번쯤 들었다고 생각하면 점원의 웃는 면상을 후려치고 나오고 싶은 기분이 조금 이해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쥔냥 옷장 속에는 정장이라곤 달랑 한 벌 뿐이고, 나머지 공간은 거의 모두 청바지와 온갖 종류의 티셔츠로 도배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 쥔냥과 안면이 있는 분이면 알겠지만, 쥔냥은 정말로 (어울리지 않게) 여성스러운 아이템을 좋아한다. 다리가 굵어 짧은 치마는 무리라고 쳐도 여성스러운 스타일의 상의는 환장을 하고 좋아하며, 하늘하늘한 쉬폰 원피스와 레이스/핀턱/프릴로 예쁘게 단장한 하얀 블라우스라면 사족을 못 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쥔냥은 좋아하는 옷을 입을 수 없다.
사실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쥔냥은 티셔츠 못지 않게 블라우스나 남방류를 좋아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여성용 블라우스'라든가 '여성용 남방'을 사면 유니섹스 스타일이 아닌 다음에야 모두 가슴 부분이 [[[매우 많이]]]찡긴다. (유니섹스는 벙벙해서 더 뚱뚱해 보이고) 옷 입으면 가슴 때문에 단추 한두개 튿어지는 만화 장면에 쥔냥은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orz (빌어먹을, 그리고 이건 절대로 가슴 자랑하고 있는 게 아니다 ㅠㅠ) 우리나라 여성들의 평균 가슴 사이즈는 B컵이라고 하는데, 옷은 대부분 A컵에 맞추어 만드는지 오죽하면 여름에 편하게 입으려고 샀던 하얀 아사면 남방 하나는 입고 나가기만 하면 5분 단위로 앙가슴 부분의 단추가 열리지 않았는가 체크하는 데 온갖 신경을 다 쏟아주느라 피곤해지기까지 한다. 상의를 사러 가면 팔뚝이나 살 찐 상체는 둘째치고서라도 가슴 때문에라도 맞는 옷이 없어서, 천으로 된 옷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 되었다. 마침 우연히 R모 브랜드의 세일 때 건진 77사이즈 원피스 두 벌은, 모두 가슴선은 찡기고 허리가 남고 바스트 윗부분이 들뜨는데다가 진동 둘레가 지나치게 좁아 큰맘 먹어야 한번 입어줄까 말까 한 옷이 되었다. (50% 세일이었으니까 그나마 감사하면서 가지고 있는 중이다. 정가였으면 안 샀겠지)
가슴 작은 여자들이 쥔냥 부러워하는 만큼, 쥔냥도 옷 살때 가슴 작은 여자들이 부럽다. ㄱ-;
업계의 현실을 말하자면... 55와 66을 가장 많이 만드는 것은 사실(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그 옷들이 가장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매우 많은 수의 표본을 가지고 채집했을 때, 사이즈의 분포곡선은 대부분 평균분포곡선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중간 부분이 두텁다. 의류 회사에서도 실제로 중간 사이즈를 가장 많이 만들게 된다. 최선의 경우는 전 스타일에 모두 XS부터 XL까지 수량을 배분하는 것이겠으나, 예산이라는 부분이 관여하면서 '좀더 잘 팔리는 옷을 많이 만들게' 되고, 당연히 이때 희생자는 있을지 없을지 팔릴지 안 팔릴지 모르는 양 끄트머리 사이즈가 된다. K모 의류회사의 E모 팀에 있을 때, 쥔냥은 전국 40여개 매장에 깔리는 제품 중 105사이즈가 만들어진 제품의 스타일이 한 시즌에 열 개 미만, 수량도 열 다섯 벌 미만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나마 작은 사이즈인 90은 이보다 사정이 많이 나았다.) 사이즈가 더더욱 세분화된 바지나 신발은 끄트머리 사이즈가 대부분 20장 미만이었다. 생각해 보면 끔찍하지 않은가... 그래도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기업에서 만드는, 내가 마음에 들 지도 모르는 내 사이즈의 바지 한 벌은 (맞춤 주문을 하지 않는 이상) 전국에 달랑 20장밖에 없고, 그걸 사기 위해서는 피튀기는 경쟁을 해야 하거나 아예 구경조차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러나 인간의 체형은 평균으로 잡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44사이즈의 가녀린 뼈대를 가진 아가씨가 바스트는 풍만해서 F컵일 수 있는 거고, S자 곡선이 잘 잡힌 168에 50kg, 슬랜더한 가슴의 모델 체형 아가씨가 알고 보면 글래머러스한 힙과 허벅지를 가질 수도 있는 거다.
저 안티 44사이즈 운동이 뜻하는 건 사실 '큰 사이즈를 내달라' 가 아니다. 그저 '정확한 스펙SPEC을 가지고 다양한 사이즈의 옷을 많이 내달라'는 것 뿐이다. 실제로 44사이즈를 가장 많이 입는 건 키크고 마르고 늘씬한 모델같은 여자들이 아니라, 키가 작고 뼈대가 유달리 가늘어 큰 옷을 입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88을 넘어 99, 100을 입는 사람들이 모두 자기관리를 못해 살을 못 빼는 바보같은 여자들이 아니라, 약의 부작용으로 살이 찌거나 체질적인 조건으로 남들보다 체격이 큰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생각외로 당신들 주변에 많다. 그 뿐인가? 평균적인 체형이라도 신체의 부분부분에 따라 옷의 맞음새가 틀려지는데 우리에게는 당장 바지 길이 하나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체격이 작다거나 크다거나 하는 이유로 옷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제한당한다는 것은 조선인이라고 천대받았던 일제시대랑 별 다를 바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사회적인 통념에서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뚱뚱한 사람일수록 그 제한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 또한 또다른 의미의 '평등권 추구'를 박탈하는 일이 아닐까.
여자라면 누구나 예쁜 옷을 입고 싶은 심리가 어딘가 숨어 있다. 그게 168에 50kg에 D컵 S자 라인을 가진 늘씬한 모델 뺨치는 여자건, 키의 반 넘는 수치가 체중이어서 힘겹게 계단을 올라야 하는 여자건. 비극적인 건 우리 사회에서 전자를 위한 옷은 차고 넘치다 못해 출혈과다경쟁 체제로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후자를 위한 옷은 나날이 구하기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아니, 굳이 저런 극과 극의 비교가 아니더라도, 브래지어 컵 사이즈가- 혹은 허벅지 사이즈, 히프 사이즈, 발 볼 사이즈 등 기준점이 되지 않는 어떠한 수치가- 남들보다 딱 한 사이즈만 달라도 몸에 예쁘게 맞는 것들이 파격적으로 줄어드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살을 빼라고? 건강을 위해서라면 물론 찬성이다. 하지만 단순히 예쁜 옷을 입기 위해서 건강을 해칠 정도로 심각하게 다이어트하는 사람이 많다. 44 사이즈를 입는, 보기에도 이상적이고 정말 늘씬하고 마른 여성이 실제로는 골다공증과 내장지방으로 인한 마른 비만에 저혈압과 빈혈에 시달린다면 어떻겠는가. 그럴 리 없다고? 그럴 리가. (풋)
옷과 신발은 사람을 보호하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리가 옷과 신발을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분명 아님에도
왜 옷에 몸을 맞추지 못해 안달해야 하는지,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 왜 한사코 맞춰야만 하는지 속만 쓰리다.
...글래머 좋아하면, 좋아하는 만큼 글래머한 여자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란 말이다 젠장 ㅠㅠ
누르면 닫힙니다
덧: ...아, 그러고보니 G마켓에서 찍어논 브라캡 내장 나시, 무료배송 끝나기 전에 사야되는구나. 젠장, 그나마 맘에 드는 건 사이즈도 안나오지만서도... 큰사이즈는 500원 더 내야 된다는데... 만들어주는 걸로 감사해야 하나.... (툴툴)
44 사이즈가 대세? 사이즈 좀 다양화 해주면 안되겠니~; 리우님
모 방송에서 '대세는 44다' 라고 말한 이후부터 부쩍 이글루스 관련 포스팅이 늘었다. 이오공감에 올라온 리우님 글과 그 글에 트랙백되어 있는 dapi님 글을 보면서 왠지 안습이어서 주절주절 한마디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아래는 두 분의 글을 읽다가 생각난, 정말로 두서없는 글이다.
헛소리
같이 지내보면 알지만, 쥔냥이란 생물은...옷 만들고 파는 법을 배운(불행인지 다행인지 디자인 하는 법은 안 배운)데다가 옷 만드는 회사에서 일년 반을 일하고, 원단만 보면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그걸 주워와 옷 만들 생각이 먼저 드는데다가 디자인 특이한 옷이 지나가면 눈을 뗄 줄 모른다. 무엇보다 쥔냥은 '한국의 일반 여성' 체형이 아닌, '빅토리* 시*릿'의 M사이즈(고로 나름대로 중간수치)라고 제시한 수치가 더 잘 맞는 '저주받은 서양인 체형' 이다. -_-; (궁금하신 분은 해당 사이트의 사이즈를 찾아보세요 *-_-*)
한국에는 동아시아 사상최강의 초고속 의류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혜택받은 '동대문'이란 곳이 있다. 그와 함께 G마켓과 옥션이라는 모종의 쇼핑체계가 생기며 유행 아이템을 바닥에 가까운 가격으로 즐겁게 사서 시즌 지나기 전에 입고 처분할 수 있게 되었다. 옷값은 마냥 바닥을 향해 내려가는 것 같고, 메이커가 아닌 옷을 일정 가격 이상 주고 사면 바보 취급 당하는 세태가 되는 것 같다.
그러나 평균 체형 이상이거나 이하인 사람들은 여전히 힘들다. G마켓이든 옥션이든 그 외 어디든 인터넷에서 옷을 파는 사이트를 돌아보면 기본 사이즈는 55와 66. 프리사이즈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은 '모두 다 입을 수 있음'이 아니라 그저 '한 사이즈밖에 만들지 않았음'의 다른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이외의 사람들은? 눈물을 머금고 감사하게도 따로 마련해 준 '빅사이즈' 카테고리로 가든가, 빅사이즈 전문 쇼핑몰을 이용하거나, 오프라인에 가서 직접 (눈총을 감수하고) 입어보며 사거나, 직접 맞추거나 만들어 입는 수밖에 없는데... 이 모든 것은 모두 '기본 사이즈'에서 최하 2000원에서 최고 다섯 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할 것을 요구한다. 게다가 스타일은 어떤가? 아무리 예쁘게 봐주려고 해도 20대 여심을 만족시키기에는 너무나도 '아줌마스럽다'. (빌어먹을 -_-)
이건 비단 온라인에서 뿐만 아니다. 예쁘고 화려하고 유행을 따라가고 싶고, 돈도 많고, 제품의 퀄리티도 좋은 걸 사고 싶으면 백화점 영캐주얼 매장을 가서 옷을 사면 된다. 세일 기간이면 그 가격이 좀더 내려가서 하나쯤 건질까 싶어 몇번 두리번거리기도 해봤다. 허나 이곳에 입점한 브랜드들은 모두 온라인과 같이 55와 66밖에 내지 않는댄다. 조금 마음에 드는 옷을 집어들라 치면, 점원은 눈웃음을 치면서 말한다:"죄송합니다. 저희 매장에는 손님에게 맞는 사이즈가 준비되어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을 열 번쯤 들었다고 생각하면 점원의 웃는 면상을 후려치고 나오고 싶은 기분이 조금 이해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쥔냥 옷장 속에는 정장이라곤 달랑 한 벌 뿐이고, 나머지 공간은 거의 모두 청바지와 온갖 종류의 티셔츠로 도배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 쥔냥과 안면이 있는 분이면 알겠지만, 쥔냥은 정말로 (어울리지 않게) 여성스러운 아이템을 좋아한다. 다리가 굵어 짧은 치마는 무리라고 쳐도 여성스러운 스타일의 상의는 환장을 하고 좋아하며, 하늘하늘한 쉬폰 원피스와 레이스/핀턱/프릴로 예쁘게 단장한 하얀 블라우스라면 사족을 못 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쥔냥은 좋아하는 옷을 입을 수 없다.
사실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쥔냥은 티셔츠 못지 않게 블라우스나 남방류를 좋아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여성용 블라우스'라든가 '여성용 남방'을 사면 유니섹스 스타일이 아닌 다음에야 모두 가슴 부분이 [[[매우 많이]]]찡긴다. (유니섹스는 벙벙해서 더 뚱뚱해 보이고) 옷 입으면 가슴 때문에 단추 한두개 튿어지는 만화 장면에 쥔냥은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orz (빌어먹을, 그리고 이건 절대로 가슴 자랑하고 있는 게 아니다 ㅠㅠ) 우리나라 여성들의 평균 가슴 사이즈는 B컵이라고 하는데, 옷은 대부분 A컵에 맞추어 만드는지 오죽하면 여름에 편하게 입으려고 샀던 하얀 아사면 남방 하나는 입고 나가기만 하면 5분 단위로 앙가슴 부분의 단추가 열리지 않았는가 체크하는 데 온갖 신경을 다 쏟아주느라 피곤해지기까지 한다. 상의를 사러 가면 팔뚝이나 살 찐 상체는 둘째치고서라도 가슴 때문에라도 맞는 옷이 없어서, 천으로 된 옷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 되었다. 마침 우연히 R모 브랜드의 세일 때 건진 77사이즈 원피스 두 벌은, 모두 가슴선은 찡기고 허리가 남고 바스트 윗부분이 들뜨는데다가 진동 둘레가 지나치게 좁아 큰맘 먹어야 한번 입어줄까 말까 한 옷이 되었다. (50% 세일이었으니까 그나마 감사하면서 가지고 있는 중이다. 정가였으면 안 샀겠지)
가슴 작은 여자들이 쥔냥 부러워하는 만큼, 쥔냥도 옷 살때 가슴 작은 여자들이 부럽다. ㄱ-;
업계의 현실을 말하자면... 55와 66을 가장 많이 만드는 것은 사실(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그 옷들이 가장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매우 많은 수의 표본을 가지고 채집했을 때, 사이즈의 분포곡선은 대부분 평균분포곡선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중간 부분이 두텁다. 의류 회사에서도 실제로 중간 사이즈를 가장 많이 만들게 된다. 최선의 경우는 전 스타일에 모두 XS부터 XL까지 수량을 배분하는 것이겠으나, 예산이라는 부분이 관여하면서 '좀더 잘 팔리는 옷을 많이 만들게' 되고, 당연히 이때 희생자는 있을지 없을지 팔릴지 안 팔릴지 모르는 양 끄트머리 사이즈가 된다. K모 의류회사의 E모 팀에 있을 때, 쥔냥은 전국 40여개 매장에 깔리는 제품 중 105사이즈가 만들어진 제품의 스타일이 한 시즌에 열 개 미만, 수량도 열 다섯 벌 미만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나마 작은 사이즈인 90은 이보다 사정이 많이 나았다.) 사이즈가 더더욱 세분화된 바지나 신발은 끄트머리 사이즈가 대부분 20장 미만이었다. 생각해 보면 끔찍하지 않은가... 그래도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기업에서 만드는, 내가 마음에 들 지도 모르는 내 사이즈의 바지 한 벌은 (맞춤 주문을 하지 않는 이상) 전국에 달랑 20장밖에 없고, 그걸 사기 위해서는 피튀기는 경쟁을 해야 하거나 아예 구경조차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러나 인간의 체형은 평균으로 잡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44사이즈의 가녀린 뼈대를 가진 아가씨가 바스트는 풍만해서 F컵일 수 있는 거고, S자 곡선이 잘 잡힌 168에 50kg, 슬랜더한 가슴의 모델 체형 아가씨가 알고 보면 글래머러스한 힙과 허벅지를 가질 수도 있는 거다.
저 안티 44사이즈 운동이 뜻하는 건 사실 '큰 사이즈를 내달라' 가 아니다. 그저 '정확한 스펙SPEC을 가지고 다양한 사이즈의 옷을 많이 내달라'는 것 뿐이다. 실제로 44사이즈를 가장 많이 입는 건 키크고 마르고 늘씬한 모델같은 여자들이 아니라, 키가 작고 뼈대가 유달리 가늘어 큰 옷을 입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88을 넘어 99, 100을 입는 사람들이 모두 자기관리를 못해 살을 못 빼는 바보같은 여자들이 아니라, 약의 부작용으로 살이 찌거나 체질적인 조건으로 남들보다 체격이 큰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생각외로 당신들 주변에 많다. 그 뿐인가? 평균적인 체형이라도 신체의 부분부분에 따라 옷의 맞음새가 틀려지는데 우리에게는 당장 바지 길이 하나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체격이 작다거나 크다거나 하는 이유로 옷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제한당한다는 것은 조선인이라고 천대받았던 일제시대랑 별 다를 바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사회적인 통념에서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뚱뚱한 사람일수록 그 제한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 또한 또다른 의미의 '평등권 추구'를 박탈하는 일이 아닐까.
여자라면 누구나 예쁜 옷을 입고 싶은 심리가 어딘가 숨어 있다. 그게 168에 50kg에 D컵 S자 라인을 가진 늘씬한 모델 뺨치는 여자건, 키의 반 넘는 수치가 체중이어서 힘겹게 계단을 올라야 하는 여자건. 비극적인 건 우리 사회에서 전자를 위한 옷은 차고 넘치다 못해 출혈과다경쟁 체제로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후자를 위한 옷은 나날이 구하기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아니, 굳이 저런 극과 극의 비교가 아니더라도, 브래지어 컵 사이즈가- 혹은 허벅지 사이즈, 히프 사이즈, 발 볼 사이즈 등 기준점이 되지 않는 어떠한 수치가- 남들보다 딱 한 사이즈만 달라도 몸에 예쁘게 맞는 것들이 파격적으로 줄어드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살을 빼라고? 건강을 위해서라면 물론 찬성이다. 하지만 단순히 예쁜 옷을 입기 위해서 건강을 해칠 정도로 심각하게 다이어트하는 사람이 많다. 44 사이즈를 입는, 보기에도 이상적이고 정말 늘씬하고 마른 여성이 실제로는 골다공증과 내장지방으로 인한 마른 비만에 저혈압과 빈혈에 시달린다면 어떻겠는가. 그럴 리 없다고? 그럴 리가. (풋)
옷과 신발은 사람을 보호하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리가 옷과 신발을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분명 아님에도
왜 옷에 몸을 맞추지 못해 안달해야 하는지,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 왜 한사코 맞춰야만 하는지 속만 쓰리다.
...글래머 좋아하면, 좋아하는 만큼 글래머한 여자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란 말이다 젠장 ㅠㅠ
누르면 닫힙니다
덧: ...아, 그러고보니 G마켓에서 찍어논 브라캡 내장 나시, 무료배송 끝나기 전에 사야되는구나. 젠장, 그나마 맘에 드는 건 사이즈도 안나오지만서도... 큰사이즈는 500원 더 내야 된다는데... 만들어주는 걸로 감사해야 하나.... (툴툴)
# by | 2006/07/09 06:08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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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티셔츠 보다는 블라우스가 좋은데, 현실적으로 입을 수가 없으니 너무 슬퍼요. 가슴 둘레에 맞춰 큰걸 사서 수선을 하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맞춰 입는게 나을듯...
작고 통통한 아가씨를 위한 옷은 정녕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건가.. 흑..
옷 살때마다 밑단 수선도 지겨운데.. 희선냥에게 재봉을 배워볼까... ;ㅅ;
아비게일언니/ .....조낸공감. -_-b (다만 엉덩이가 크면 치마가 더 예쁘긴 해 =3)
리우님/ 우왓, 보잘것없는 글이라 트랙백을 남기면서도 죄송스러워했었습니다. 졸문을 읽고 남겨주신 글 감사히 보았습니다. ^^;
전 수선이 아니 되는 스타일이라 바느질을 배우기 시작했지요...ㅠㅠ; 그러고보면 줄이시는 분들도 비용 만만찮으실 것 같아요;;
nt001/ 경제가 아니라 '날씬한 여자=예쁜 여자'라고 생각하는 관념을 원망해야 한다고 생각함...-_-;;
다뉴/ 작고 통통하든 크고 통통하든 우리나라에 '통통한' 여자들을 위한 선택지가 거의 없는 것 같지...아마 -_-;;
재봉을 배운다고 해서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게 되는 건 아니지만, 도움이 된다면 제대로 못하긴 해도 가르쳐 줄 용의 있음. 뭣보다 당신은 코스프레를 해서 기본 지식이 있잖수 (웃음)
뭔가 이놈의 나라는 가장 기본적인 걸 잊어가고 있어. 그것도 여기저기서, 아주 많이.